"유부남 팀장이 성희롱"…퇴사하며 메일 보낸 女직원 '무죄'

입력 2022-01-24 10:35   수정 2022-01-24 10:45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며 직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이메일로 알린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뒤집고 무죄라 판단했다.

24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A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벌금 30만 원 선고를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 씨는 2014년 10월께 직장 동료 3명과 팀장 B 씨가 참석한 술자리에서 B 씨가 테이블 아래로 손을 잡는 등 신체적인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유부남인 B 씨는 그날 늦은 밤 3시간에 걸쳐 A 씨에게 '오늘 같이 가자', '맥줏집 가면 옆에 앉고, 싫으면 반대편', '왜 전화 안하니', '남자친구랑 있어 답 못넣은 거니' 등의 문자를 보냈다. A 씨는 답하지 않았다.

1년 여의 시간이 흐른 2016년 4월 A 씨는 퇴사했다. A 씨는 사직 의사를 표한 다음 날 전국 200여 개 매장 대표와 본사 직원 80여 명에게 '성희롱 피해 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발송했다.

A 씨는 이메일을 통해 성폭력 피해담을 전하면서 "B 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현재 절차상 성희롱 고충 상담 및 처리 담당자가 성희롱했던 팀장이므로 불이익이 갈까 싶어 말하지 못했다"고 사건 발생 직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를 떠나게 됐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메일을 보낸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B 씨가 A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도 첨부했다.

A 씨는 노동당국에 대표이사를 상대로 진정도 제기했지만, 사건은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으로 행정종결 처리됐다.

이후 A 씨는 B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7년 1심과 2심은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A 씨가 비방을 목적으로 이메일을 보냈다고 판단했다. 본사에서 일하다가 지역 매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게 되자 돌연 B 씨의 1년여 전 행동을 문제 삼았다는 것.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무죄 판단을 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메일은 A씨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에 관한 것으로 회사 조직과 구성원들의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며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범죄의 증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 문화와 인식, 구조 등에 비춰볼 때 A 씨로서는 '2차 피해'의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며 "신고하지 않다가 퇴사를 계기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정으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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